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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사회 407] 안균세 장로의 '단풍고(丹楓考)---깊어가는 가을'
등록일 2020-11-23 글쓴이 관리자 조회 393

감격사회
감격사회 407호. 발행일 2020.11.23


<단풍고(丹楓考)---깊어가는 가을>

안균세
장로

깊어가는 가을철은 누가 뭐라 해도 단풍의 계절이다.
올해 화려한 단풍이 끝날 무렵, 저 지난 주말
불타오른 단풍이 떠나기 전 마지막 몸부림치는 화려한 모습을 보려 서울 근교, 화담숲을 찾았다.

만산홍엽(萬山紅葉)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그 고운 자태는
양귀비의 붉은 치맛자락의 화려함에 비할 바 아니다.
그런데 나뭇잎이 단풍 드는 이유는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뭇잎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로 생물의 주 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하는데,
이때 많은 양의 물을 대기 속으로 뿜어내야 한다.
실험에 따르면 옥수수는 낱알 1kg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잎에서 600kg의 물을 증발시킨다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기온이 떨어지고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뿌리를 통해 물을 더 이상 빨아 올릴 수 없게 되면, 나무는 수분 부족에서 살아남기 위해
광합성활동을 멈추고 나뭇잎은 엽록소가 분해되기 시작한다.
나뭇잎에는 엽록소 외에 붉은 색을 띄는 안토시아닌(anthocyamin)과 노란색을 띄는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라는 색소가 있는데
광합성이 활발한 계절에는 녹색의 엽록소에 가려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다가, 엽록소가 파괴되기 시작하면
잎은 녹색을 잃어가고 숨어있던 안토시아닌과 카로티노이드가 붉은 색과 노란색으로 발현되어 화려한 단풍잎이 생성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광합성으로 증발되는 물보다 뿌리에서 올라오는 물이 적으면,
나뭇잎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붉고 노란 잎으로 아름답게 물들인 후에, 그마저 낙엽이 되어 떨궈내고 나무로 하여금 뿌리의 영양섭취만으로 겨울을 나게 하는 것이다.
이를 보면 나뭇잎은 봄부터 여름내 광합성작용으로 양분을 만들어
나무를 키워 내고는 이제 가을이 되어 뿌리의 수분 섭취가 모자라게 되면
나무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수분 공급을 차단하여 붉고 노란 단풍이 되어 아름답게 타오르다가 끝내 낙엽이 되어 대지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인간은 이런 자연의 순리를 외면하고
노욕, 노탐, 노추에 빠질 때가 있다.
‘욕(慾)’과 ‘탐(貪)’과 ‘추(醜)’가 어찌 ‘노(老)’와만 연관되련만, 오랜 세월에 많은 풍상을 겪어, 이제는 초연과 달관에 이르러야 할 시점에 있는 사람도 뭔가 집착하고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

‘법정’은 <산방한담>에서
“필만큼 피었으면 잎이나 열매한테 선뜻 자리를 내어줄 일이지
어쩌자고 저렇듯 추한 꼴을 보이면서 내려올 줄을 모를까.
우주 질서 앞에 마치 앙탈을 부리는 것 같아서 보기가 민망스럽다”고 했는데,

봄의 꽃잎조차 떨어져야 할 때 떨어지지 않는 것을 ‘앙탈’이라 했거늘,
봄부터 싹 틔워 화려한 여름을 보내고 이제 수려하고 달관되게
농익어 표표히 영겁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에 무슨 집착으로 자리에 착념하는 모습은 그저 처량하다.
사람들은 언제나 ‘무얼 더할까?’를 고민하며 살아가지만,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년을 위해서는 도리어 ‘빼기’나 ‘내려놓음’을 실천해야 한다고 한다.

시인 도종환은 <단풍드는 날>에서 노래한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버려야 할 것을 알면서 가장 아름답게 불타는 단풍처럼
우리도 경건과 절제로 자신을 가다듬고, 이제는 자신조차 하나하나 내려 놓음으로, 생의 후반기를 아름답게 물들이자.

이제 겨우 어떤 사안을 순화시켜 받아드린다는 이순(耳順, 60세)을 지나,
마음먹은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종심(從心, 70세)의 끝에서 팔순의 언덕에 다리를 올리는 주제에, 인생의 단풍을 논하니,
팔순을 지긋이 넘은 어느 선배나 원로께서 이렇게 일갈하지 않으실까 과히 염려된다.

“넌, 뭐 좀 안다고 주접 떨지만, 화려한 단풍만 보며 탄성을 질렀지,
땅바닥에 구르는 부서진 저 낙엽의 의미는 알아?”….
“야, 임마! 너 나이 내만큼 들어봤어? 난 젊어도 보고 늙어도 봤다.
늙어 보지도 않은 것이 뭘 안다고 어디서 까불고 있어!”라고….
아이쿠, 머리야~ 이런 글, 쓰는걸 조심해야겠네!

글쓴이 / 안균세

안균세 장로는 대기업 임원 역임, 중소개인기업을 경영하며 <문학과 의식> 수필등단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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